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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도 ‘내로남불’

기사승인 2019.10.21  17: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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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상 표 사무총장

사)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최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22개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안들에 대해 관련분야 관계자들이 모여 개정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 정신장애인 가족을 대표하는 분이 질문을 하나 했다. “가족 중 정신질환자가 갑자기 화장대나 거울 등 집기를 부숴버리는 자.타해의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다. 긴급하게 응급입원 등 병원으로의 연계가 필요하여 경찰서에 급히 전화협조 요청하여 경찰들이 집에 도착을 하였으나 경찰이 온 것을 알아챈 환자가 위험한 행동을 멈추는 바람에 자.타해 위험성이 없다면서 그냥 돌아갔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이 정하는 자.타해 위험성 기준이 어디까지인가?”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43조제2항 및 동법시행규칙 제34조제2항(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등)에 따라 환자를 진단한 정신과 전문의가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진단하면 별지 16호 서식(진단결과서)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지와 자.타해 위험이 동시에 있는지(and) 여부를 작성하고 이 때 두 가지 모두 충족이 되어야 입원요건이 성립된다. 현행법 시행 이전인 2017년 5월 29일까지는 정신질환이 있거나 자.타해 위험이 있거나 둘 중에 하나만 충족되면 입원이 가능(or)했었다. 정신질환이 있어도 자.타해 위험이 없는 환자는 입원치료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자.타해의 위험을 가진 환자가 그러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도 정신과 전문의가 현장에 출동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경찰관이나 응급구조단이 출동을 해도 현장에서 타해 위험성의 유무를 판단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없다.

환자가족 대표자는 이 불편한 진실을 해소하는 법 개정이 필요함을 요구한 것이다. 가족 중에 상태가 위급한 정신질환자가 발생했을 시 이에 대응하는 법 조항은 현행법 제44조(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행정입원)와 제50조(응급입원)이 있다. 행정입원은 공무원이나 경찰관이 자.타해의 위험이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한 경우 정신과전문의나 정신보건전문요원에게 진단의뢰와 보호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응급입원은 환자의 상황이 급박하여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나 행정입원에 대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경찰과 또는 구급대원이 정신의료기관까지 환자를 호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이 시행되면서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을 감당해야할 지자체나 경찰관 구급대원 등은 진료비 부담에 대한 시비,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책임 소재 등이 왕왕 발생하면서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가 있다고 신고가 들어와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이토록 위급한 환자는 진주아파트 같은 엽기적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치료를 받게 되는 이상한 결론을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친형이 응급입원 등을 위해 여덟 번씩이나 관공서 문을 두드렸지만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 등의 입원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동생은 평소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준 주민들에게 병적인 반감을 갖게 되면서 오히려 이들이 억울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공청회 한번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인 누더기법이 얼마나 큰 엽기적인 사건을 만들어 내는가에 대한 결론과, 또한 아무런 잘못도 없는 피해자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역시 하나도 없다는 결론도 동시에 제공했다. 국회의원들은 이를 개선하고자 수십 건의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발의를 했고 이 내용들을 검토해보자는 회의가 열린 것이다.

이날 무슨 법을 연구한다는 분이 회의 자리에 나타나 조언을 했다. “오늘 말씀을 들어본바 주제가 되어야 할 ‘탈원화’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대한 얘기만 하고 있다.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되어 있는 환자의 인권을 위한 탈원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내가 물었다. “아까 가족관계자 대표께서 위급한 상황의 환자를 응급치료 할 수 있도록 자.타해 위험에 대한 치료적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묵살하고 ‘탈원화’만이 모든 것 인양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다. 위급한 상황에서 시간만 끌다가 자.타해의 사고라도 난다면 누가 책임 질 것인가. 지금도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질 않은가?”를 반대로 물었다. 대다수의 회의가 그렇듯이 시간이 다되어 간다며 말을 중단시키면서 논쟁은 멈췄다. 회의주제와 동떨어진 엉뚱한 주장을 하면서 내 주장이 주제가 되어야 하고 국회의원이 발의한 22건의 개정안이나 남의 주장은 궤변이라는 내로남불식 주장은 회의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물론 회의 본질을 호도하는 게릴라식 수법이라 할 것이다. 최근 모 장관 사퇴와 관련하여 텔레비전에서는 수많은 논쟁과 정쟁을 보여줬는데 그와 전혀 다르지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러한 분들의 현장경험 없는 뛰어난(?) 지식에 의해 오늘날 정신건강분야가 이토록 황폐해진 것이라 나는 단언한다.

국회에서 끊임없이 개정 발의되고 있는 일부개정안만으로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든 공무원이든 현행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사람은 정신병원, 정신건강센터, 정신요양원, 재활시설 등의 현장에 뛰어들어 몇 개월씩 몸소 체험을 해보시기를 권유한다. 여기서 사례를 모으고 의견을 받고 나서 개정안을 내놓을 때에 그것이 진실한 개정안이 될 것이고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정신질환은 돈도 안 되고, 표도 없고, 조세에 기여하지도 않기 때문에 예산지원도 힘들다면서 ‘탈원화’를 부르짖는 내로남불식 이중성은 정신건강의 현장을 너무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김헌태 kimht2209@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정신건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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