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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라의 기자수첩 – 상담관계의 전이와 역전이

기사승인 2019.08.22  18: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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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 라 기자

기동취재팀장

한국정신건강방송ANN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상담심리사는 보통 가까운 지인을 직접 상담하지 않는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실제 가족이나 지인을 상담하는 것은 가장 어렵고 또 금기시하는 일이다. 보통 가까운 사람은 서로의 상황이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기 어렵지만 제3자의 경우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다. 따라서 상담자에게 지인이 진료를 요청할 경우 상담자는 보통 다른 전문 상담자를 연결해준다. 이를 어기고 지인을 직접 상담하거나, 혹은 상담을 시작하면서 친밀관계나 거래관계 등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중관계’라고 칭한다. 이러한 이중관계는 객관성을 상실하여 정확한 공감과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이에 따라 한국상담심리학회(KRCPA, 2009)는 “상담심리사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중관계는 피해야 한다. 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담자와 상담실 밖에서 사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않도록 한다(4.가.).”라고 이중관계에 관한 윤리강령을 규명해 두고 있다.

즉, 상담자는 이중관계가 상담효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자신의 내담자를 다른 전문 상담자에게 의뢰해야 하며, 내담자와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아야 한다. 이중관계를 금지하는 윤리강령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담자와 치료자의 관계가 쉽게 가까워질 수 있으며 이러한 관계가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상담자-치료자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이와 역전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전이(transference)’는 상담자에 대한 내담자의 개인적인 투사 감정으로, 어린 시절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에 대한 감정을 상담자에게 비슷하게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감정을 재경험 하는데 내담자는 이러한 자신의 감정 반응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이는 과거에 느낀 감정을 그대로 반복할 뿐 아니라 억눌려 있던 감정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학교 2학년 때 좋아했던 선생님과 상담자가 비슷하다고 느낀 내담자는 그 당시의 감정을 투영하여 과거 선생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나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며 문제의 원인이 된 과거의 일들을 해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어린 시절 해결하지 못했던 감정이나 욕망을 상담사에게 표출함으로써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전이는 매우 흔한 현상이며 이를 겪는 내담자는 상담자를 친밀하게 느낌과 동시에 깊게 의지하게 된다. 따라서 전이가 발생할 경우 상담자는 더욱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감정 해석을 통해 전이를 좌절시켜야 한다. 또한 이와 관련되어 있는 내담자의 과거 경험과 갈등에 대해 해석하고 스스로 통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처럼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인 ‘전이’와 비슷한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도 쉽게 발생하기도 한다. 역전이는 반대로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느끼는 감정’으로 내담자를 개인적으로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감정, 혹은 사적인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등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호감’이라는 역전이를 느끼는 경우 상담 날짜를 기다리면서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할 수도 있고, 혹은 싫어하는 감정을 느껴 상담을 기피하거나 부정적인 대답으로 일관할 수 있다. 이러한 역전이는 객관적인 상담의 효과를 저해하며 윤리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상담자는 역전이를 객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전이와 역전이는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 언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유능한 상담자는 전이와 역전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상담관계에서 사랑이나 분노 같은 강한 감정이 투사될 경우, 원인이 되는 억압된 충동을 발견하고 해소한다면 현명하게 전이와 역전이 현상을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을 ‘역전이 관리 능력’이라고 하며 경력에 따라 이러한 능력은 점차 발전한다.

그러나 전이와 역전이 현상을 현명하게 활용하지 않고 이를 악용하는 상담자도 존재한다.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전이를 통해 호감을 느낄 경우 이를 정서적·성적 착취로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저명한 심리상담자가 자신의 내담자들과 성관계를 하고 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논란이 됐다. 이에 서울북부지법은 심리상담사가 내담자의 정신적인 취약함을 이용해 성관계를 맺었다면, 이는 내담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1,500만 원 손해 배상 판결을 내렸다.

내담자와 상담자의 사이의 성관계를 성폭력으로 규정하고 처벌을 요구한 것은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내담자가 상담사에게 강한 의존과 애정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성관계를 맺는 것은 계약상의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존 형법은 성폭력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음을 입증해야만 가해자를 준강간죄 등으로 처벌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내담자의 심리적인 취약성을 이용하여 성관계를 맺는 것을 성폭행으로 인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전이와 역전이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원이나 심리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거나 우울증 등의 심리적인 취약성을 가진 상태에서 상담자를 만난다. 그렇기에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상담자에게 호감이나 개인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상담자나 의사는 자신의 본문을 기억하며, 더욱 객관성을 유지하고 윤리강령을 지켜 치료에 집중을 해야함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홍시라 기자 sheilah01@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정신건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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