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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고 있는 ‘법의 여신’

기사승인 2019.07.21  13: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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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상 표 총장

사)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그리스 신화의 ‘디케’는 법의 여신으로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 ‘아스트’라이아’와의 딸이다. ‘아스트라이아’는 제우스와 율법의 여신 테미스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서 정의의 여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법의 여신은 ‘디케’이기도 하고 ‘아스트라이아’이기도 하다. 이 여신은 로마에서 유스타이아(Justitia)로 이름 하였다. 최근 ‘정의正義란 무엇인가’로 유명해진 책이 있는데 이 정의(Justice)라는 말의 어원이 바로 유스타이아에서 유래한다. 즉 법이란 정의를 구현하는 뜻이라 할 것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각 법원에 가면 동상이든 그림이든 이 ‘디케’가 그 곳을 상징하고 있다. 여신의 오른손에는 천칭, 왼손에는 검 또는 법전을 들고 있으며 모두 눈을 감거나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 눈을 가리고 천칭으로 공정한 심판을 한 후 검으로 벌을 한다는 뜻이다. 법을 심판하면서 눈을 뜨고 있으면 편견을 갖게 되므로 당연히 눈을 감는 것이 옳다는 것.

물론 우리나라 대법원에도 이 여신의 동상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최근 대법원에 모셔진 여신의 동상에 이상이 생겼다고 수군거리는 일이 많아졌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쪽 눈 모두 실눈을 뜨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재판을 하면서 편견을 가지고 권력자, 부자, 잘생긴 사람을 가리게 됐다는 것. 권력의, 권력에 의한, 권력을 위한 재판이 끝나고 나면 모두 그럴 줄 알았다고 수근 거리는 이유가 된지 오래다. ‘디케’가 실눈을 뜨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디케’는 고대 중국의 은銀 시대로부터 청동시대까지 인간과 함께 살았으나 인간의 타락이 극에 달하자 하늘로 올라가 처녀자리(Virgo)가 되었고 처녀(Virgin)의 유래가 되었다. ‘디케’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천칭은 BC 5000년경 고대 이집트 때부터 사용됐다고 한다. 측정은 직접측정으로서 오른쪽 접시에 측정물을 올리고 왼쪽 접시에 무게단위의 추를 놓는다. 이때 눈금이 중간의 0에 위치하여 평형을 이루어야 하고 양쪽 팔(arm)의 길이가 같아야 한다.

거미줄에 가벼운 나비, 잠자리는 걸려도 이보다 큰 참새는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삼국지를 평정한 조조가 밭에 보리가 한창 익어갈 무렵 중원의 전쟁터에 군사를 이끌고 출정했다. 당시 전쟁의 승패가 군량미의 조달에 달려 있던 터라 아무리 격렬한 전투라 할지라도 귀한 군량미가 될 보리밭을 밟으면 참형에 처하겠노라 엄명을 내렸다. 전장에 다다를 무렵 조조가 탄 말이 비상하는 산비둘기에 놀라 날뛰다 보리밭을 밟고 말았다. 엄한 명령을 내린 조조 자신이 보리밭을 밟았으니 입장이 난처했다. 동행한 법집행관에게 이를 어찌해야 할지 물었다. 그는 “법불가어존(法不可於尊)” 즉 “존귀한 사람에게는 법이 미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자기가 내린 명에 의하면 참수형에 해당되었지만 법집행관은 조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으로 처형을 대신했다. 그 법집행관은 눈을 게슴츠레 눈을 뜬 법관이었다. ‘디케’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는 한 권력은 법 위에 군림한다.

한(漢)나라 원년(BC206) 10월, 유방은 진시황의 폭정에 시달리던 진나라 수도 함양을 함락하고 민심의 안정과 기율을 세우기 위해 각 지역의 어른과 호걸들을 불러 모아놓고 이렇게 약속했다. “여러분은 오랫동안 가혹한 진나라의 법에 시달려 왔다. 국정을 비판했다가는 일족이 몰살당했고, 길에 모여 쑥덕거리기만 해도 참수를 당했다. 제후들과의 약속에 따라 관중의 왕은 바로 나다. 부로父老들께 세 가지 법령만을 약조하겠다. 사람을 죽이는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자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는 그 죄에 따라 처벌할 것이니 이 세 가지 법(約法三章) 외 진나라가 정했던 모든 잔인하고 복잡한 법령들은 모두 폐지한다. 모든 관리들은 이전과 같이 편안하게 업무를 보도록 하라. 이는 여러 부로들을 위해 해악을 제거하는 것이지 침탈하는 것이 아니니 두려워 말라.” 이 세 가지 약속이 그 유명한 유방의 '약법삼장(約法三章)'이다. 대추나무 연 걸리듯 엄하고 복잡했던 진시황의 모든 법을 없애고 이 세 가지의 법만으로 백성을 다스리겠노라 약속한 것이다. 작금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조조의 법집행과 진시황의 법을 보는 듯하다. 지금이야말로 유방의 '약법삼장(約法三章)'이 절실한 시기다.

최근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사건사고가 빈발해지자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정신건강복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경찰이 자, 타 해의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병원이나 전문의,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진료를 의뢰한다거나 또는 위험이 있는 환자가 병원을 퇴원하면 정신건강증진센터에 통지를 해야 한다는 유사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중에 윤일규의원이 발의한 개정법은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갖게 한다. 대추나무 연 걸리듯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현행법 조항들을 대폭 삭제하고 치료중심으로 고치겠다는 것이다.

윤재옥의원의 개정안은 매우 위험한 조항이 들어가 있다.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의료기관장은 필요한 경우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도 경찰에 퇴원 사실을 통보할 수 있다는 내용과, 경찰이 위험한 사람을 발견하면 정신과 의사와 정신건강전문요원에게 보호를 의뢰하고 의사와 전문요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가끔 파출소에서 술취한 사람이 난동을 부리는 뉴스를 보아왔는데, 이런 사람이 나타나면 의사와 전문요원에게 보호를 요청하고 경찰은 빠지겠다는 오해가 들어 있다. 이 부분은 국립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이 담당해야 하는 것으로 고쳐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촌철살인의 평가를 내놨다. 이러한 환자가 퇴원할 시 환자 동의 없이 경찰에 통보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 우리나라 ‘디케’여신의 천칭 오른쪽 접시에는 ‘법’ 왼쪽 접시에는 ‘인권’이 놓여있는데 왼쪽 접시가 너무 무거워 오른 쪽 ‘법’이 땅에 굴러 떨어진 지 오래다.

스스로 굴레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수많은 법들을 일거에 폐기하고 ‘약법삼장(約法三章)’으로만 다스리는 나라는 꿈에 본 내 고향인가?

홍상표 hspkmy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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