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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라의 기자수첩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기사승인 2019.07.19  19: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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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시 라 기자

기동취재팀장

한국정신건강신문ANN

지난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시됐다.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선정한 바 있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9월 12일 근로기준법을 심의-의결하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구체화 했다. 그러나 개념의 모호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심의가 보류됐다가, 같은 해 12월 27일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여 올해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지난해 병원 내 ‘태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박선욱 간호사가 산재 인정을 받으며 함께 제정된 것이기도 하다. 당시 병원 내 뿌리 깊은 태움 문화로 인한 다양한 피해 사례가 속속들이 터져 나왔다. 병원 등 특정 집단에서 괴롭힘 문제가 심했지만 일반 직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1500명 중 73.7%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향후 10명 이상이 일하는 사업장은 취업 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이 법안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한다. 취업규칙에 이를 반영하지 않는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에 사업장은 이를 조사하고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하였음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노동지청의 근로감독관이 지정되어 사건을 담당한다. 이후 신고인과 피신고인 모두 출석을 통해 각각 진술 조서를 받게 된다. 이들의 진술을 대조한 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사실이 확정되면 근로감독관은 시정지시나 개선지도를 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과 더불어 구체적인 절차로 법안의 실효성이 조금은 발휘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말 뿐인 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은 괴롭힘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 아닌, 회사 내에서 자정적으로 처리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거나, 혹은 개선지도가 있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 가해자가 아니라 그가 일하는 사업장에 과태료 등이 부과된다. 근로감독관의 개선지도에도 개선되지 않아 사업장에 페널티가 부과됐음에도 괴롭힘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직접 고소를 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즉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 보다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평등한 근무 환경을 만들고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방식을 지향하는 것이다.

또한 사업장이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점이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피해자 본인의 신고로 인해 사업장이 피해를 볼 수 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회사 내부 규율에 따르기 사실상 신고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으로 오히려 피해자 입장에서 적극 신고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게끔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괴롭힘’에 대한 추상적인 정의도 지적을 받는다. 안부를 묻는 질문부터 결혼 여부, 업무지시 등 평소 친근함의 표시로 하던 말에도 모호성이 있고, 업무 지시를 할 때도 조심스럽다는 지적이다. 법안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려면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그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사실상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약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만들어진 법안으로 이처럼 모든 부분이 모호할 수는 있다.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도입이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 될 거란 기대도 있다. 관련 법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직장인들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또한 사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평등한 문화 조성을 위해 힘쓰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들이 조금씩 모여 괴롭힘 없는 바람직한 선진 문화 직장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해본다.

홍시라 기자 sheilah01@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정신건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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